일상

2017년을 파리에서 시작하다

엘뷔 2017. 1. 1. 23:16

파리의 센강은 운치있기로 세계적으로 소문난 강이다. 강 위를 늘 떠다니는 유람선, 특색 있는 다리들과 에펠탑의 존재는 그 낭만을 더해준다. 내가 볼 때는 한강도 충분히 아름답고 특별한 강이다. 강변에 똑같이 생긴 아파트가 나란히 줄을 서있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파리 시내의 센강에는 총 37개의 다리가 있다고 한다. 위 그림에서 32번 다리가 Bir-Hakeim 다리이다.

출처: Author PIERRE https://frenchmoments.eu/author/pierre/



아무튼, 파리에 있는 수많은 센강 다리 중에서 나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Bir-Hakeim 다리로 갔다. 비라켐/비르아켐 다리라고 읽으면 된다는데 요즘은 더 유명한 별명이 생긴 것 같다.


구도가 썩 좋지 못한 점은 양해를 구한다. 옆에서 보니까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영화 인셉션에 나온 그 다리다.



그렇다. 요즘은 다들 인셉션 다리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이 다리는 다리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다리 위쪽으로는 전철이 지나다닌다는 게 이 다리의 특징 중 하나다. 이 다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경치인데, 이 다리에서 본 센강과 에펠탑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비라켐 다리에서 본 야경. 아주 운치있어서 주변에는 커플들이 매우 많았다. 다른 날에 찍은 사진이라 날이 맑다.



비라켐 다리에서 정말 끝내주는 야경을 자랑한다. 그러나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마 다들 샹젤리제 거리로 모여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에펠탑은 1월 1일 0시라고 해서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기 때문인데, 그냥 평소처럼 정시에 5분동안 반짝거리는 게 전부다. 샹젤리제에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기피했고 그나마 사람이 적은 이곳을 택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트로카데로 광장만 가도 평소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다.



안개가 잔뜩 껴있었기 때문에 에펠탑의 꼭대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59분이 되자 반짝이는 에펠탑. 이때부터 사람들의 환호성은 시작되었다.



2017년 1월 1일 0시 0분. 안개가 끼었어도 환상적인 야경을 자랑했다.



드디어 2017년 1월 1일 0시 0분이 되자 사람들은 서로에게 "Bonne Année !" 그리고 "Happy New Year!"라고 하며 인사를 건넸고 거리의 자동차들은 전부 다 경적을 울려댔다. 잠시나마 축제 분위기였다. 그후 한국인들은 한살을 더 먹었다는 사실을 매우 안타까워 하는 시간도 가졌다.


너무 흥분해서 포커스가 나간 채로 몇장을 찍었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센강의 유람선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0시 4분이 되자 에펠탑의 점멸은 끝났다. 2017년을 위한 희망의 불빛을 모두와 함께 봤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조금 춥긴 했지만 추위도 잊을 만큼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내년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한 번쯤은 샹젤리제로 가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