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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파리에 도착하다

엘뷔 2017. 1. 1. 01:26

파리에 도착했다.

사실 도착한지 좀 됐다. 26일 아침에 도착했으니까. 사실 파리에 도착하면 적어도 사흘에 한 번은 글을 쓰려고 했지만, 며칠 동안 적응 기간이라는 핑계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좋은 변명을 하나 하자면, 아직 집에 인터넷 개통을 하지 않았다. 그나마 3일 전에 휴대폰 개통을 했고, 지금은 휴대폰 핫스팟을 통해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중이다.


처음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했을 때 중국 경유를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굉장히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긴 시간 비행을 해서 엉덩이가 매우 아프긴 했지만 잠은 잘 잤기 때문에 크게 피곤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공항에서 16구에 있는 집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집에 오면서 처음으로 본 파리의 랜드마크가 개선문이었는데 그때 시간이 대략 아침 8시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어두웠다. 파리는 서울보다 고위도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해가 서울보다 더 늦게 뜨고 더 일찍 진다고 한다.


집 앞 거리. 비가 왔다가 내가 도착하니 그쳤다. 오전 8시가 조금 늦은 시간인데도 아직 어둡다.



집은 생각보다 넓었다. 12평방미터라서 정말 좁아터졌을 줄 알았는데, 실험 결과, 바닥에 적어도 두 명은 재워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생각보다 높았다. 6층(한국식으로는 7층. 프랑스는 0층부터 시작한다.)에 위치한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는 하녀들이 썼을 조그마한 방이다. 6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걸어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숨이 차는 그런 높이다. 그래도 이정도 높이라면 월세가 싸기 때문에 감수하고 매일 운동하는 셈 치며 걸어다닐 수 있는 그런 높이다. 한쪽 벽면은 지붕 모양을 따라 대각선이다. 대각선 벽면에는 창문이 하나 나 있는데, 창문으로는 에펠탑 꼭대기 부분이 보인다. 내 감성을 크게 자극하는 부분이다.


창밖 풍경. 점심쯤 되니 날씨가 완전히 좋아졌다. 반대편 건물 창문 사이로 깨알같이 앙발리드도 보인다.



침대에 누우면 에펠탑이 이렇게 보인다. 첫날엔 감수성을 자극하는 에펠탑 불빛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에펠탑은 정시마다 빤짝인다는 사실도 이날 침대에 누웠을 때 처음 알았다.



처음 며칠 동안은 여러가지 행정 업무 처리하랴 관광하랴 적응하랴 매우 정신이 없었다. 심지어 슈퍼 가서 장보는 것부터 새로 익혀야 한다니, 어렸을 때 처음으로 혼자 포켓몬 빵을 사러 오백원짜리 하나 달랑 들고 슈퍼에 갔을 때의 그 기분이었다. 그래도 집 계약 하면서 état des lieux도 하고, 은행 가서 Rendez-vous도 잡고, 휴대폰 개통도 하고, 복사집 가서 여권 복사도 하고, 우체국 가서 OFII 서류도 보내고, EDF에 전화해서 전기 요금도 내 이름으로 돌려놨다.(몇 가지는 지인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하다 보니 처음 느꼈던 그 막연한 공포도 사라지고 이젠 혼자서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에서 3분만 걸어 나오면 사진으로 흔히 보던 풍경이 펼쳐진다.



첫날에는 휴대폰을, 둘째날에는 돈을 두고 0층까지 내려와서 깨닫는 우를 범했는데, 말했다시피 내 집은 엘베 없는 6층이기 때문에 엄청난 정신적 타격, 그후 곧바로 육체적 타격까지 받았다. 첫 이틀 간 두 번의 뼈아픈(아니 사실은 근육이 더 아픈) 실수 후에는 같은 실수를 세 번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 하에 다행히 아직 이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다.


에펠탑 사진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보이는 구도 중 하나. 그렇기 때문에 나도 찍어봤다.



한국은 2017년이 시작됐지만 여기는 2016년이 아직 6시간 넘게 남았다.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은 丙申年도 알차게 보내고 다가오는 丁酉年은 더욱더 알차게 보냈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고 모두 이루고 싶은 일 이룰 수 있는 해가 되길 소망한다.


Bonne anné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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